어릴 적에
'개산' '이빨빠진 산' 이라고 불렀던 고향의 산 서산 가야산을 오늘은 '용현자연휴양림' 쪽으로 올라보기로 합니다.

네비에 휴양림을 찍고 용현계곡으로 가던 중 '고풍터널' 바로 전 '고풍저수지에 들러봅니다. 어릴 적 내가 살았던 동네

'양짓뜸' '노루맥이' '둥둥벌' '냇 건너' ...
봄이면 자운영꽃이 들판을 덮었던 곳들은 이제 추억과 함께 모두 물속에 잠겨 있습니다.

저수지 뚝방위에 있는 이 비석만이 이곳에 동네가 있었음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잠시 옛날을 회상해보고 이곳 저곳에 시선을 두다가 '보원사지' 로 갑니다

전에는 잡초가 우거지고 뻐꾸기가 울던 고즈녁한 곳이었는데 주차장도 생기고 말끔히 단장해놓아 예전같은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보원사지에서 조금 내려와 '백제의 미소' 로 불리는 '서산마애삼존불' 을 보기위해 삼존불 앞 주차장에서 나무데크다리를 건너갑니다. 불교에서 사찰 앞 다리를 건너가는 것은 차안에서 피안으로 간다는 의미라는데 전에는 이 곳에 다리가 없었습니다
옛날 보원사의 한 스님이
인근 마을의 처녀와 그만 사랑에 빠져 아기를 낳았답니다.
노하신 부처님이 그 둘을 바위로 만들어버리고 다시는 만나지 못하도록 둘 사이에 물이 흐르게 하였습니다.
그 물이 마애삼존불앞에 흐르는 계곡물이고 스님이 변한 바위가 '인바위' . 아기를 안고있는 형상의 '선바위' 는 1km쯤 떨어진 곳에 반쯤 물에 잠겨있습니다



이런 전설을 알고 있어서 마애삼존불이 새겨진 바위가 인(印)바위라는 유홍준 교수님의 견해와 나는 생각을 달리합니다
삼존불아래 미륵불이 하나 서있는데 이곳이 절터였을거라고 하신 말씀도 반은 맞고 반은 틀릴 수도...
미륵불은 원래는 지금은 물에 잠긴 저수지에 있었습니다

서산마애불에서는 몇가지 토를 달지만 지금까지 본 책중에서 가장 흥미롭고 유익했던 책이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입니다
이 책을 읽고나서 아내와 함께 책에 소개된 곳을 거의 다 가보고 일본의 교토,큐슈까지 답사여행을 다녔던 것이 우리부부의 소중한 추억이 되었습니다



오늘 아침 바위벼랑에서 나를 향해 환하게 웃어주시는 부처님을 봅니다
'세상에서 가장 보기좋은 웃고있는 부처님!'
전에는 이 부처님을 보호하기 위해 '보호각' 이 있었는데 그 보호각의 일부가 내가 살던 집의 대들보와 서까래였습니다
살던 동네가 저수지로 변하면서 살던 집도 헐리게 되었는데 고란사의 스님이 그 목재를 사기위해 우리집에 왔었습니다
이제는 그 보호각도 헐리고 그 보호각이 있었던 사실도 기억하는 이 없지만
그래서인지 이 부처님이 내게는 더 특별합니다

나다니엘 호손의 '큰바위 얼굴' 이 생각납니다.
언젠가는 나도 모든 사람에게 편견과 호오없이 이렇게 온화하게 웃을 수 있기를......!

마애삼존불에서 내려와 본격적인 산행을 위해 '용현자연휴양림' 으로 갑니다
오늘이 휴양림 쉬는 날(화요일) 이라서 입장이 안 된다는 직원에게 어제 통화하여 허락을 득했음을 설명하고 입장료 3천원을 지불했습니다
전에 묵은적이 있는 '산림문화휴양관' 옆에 주차합니다

이런 임도 길을 걸어갑니다. 옆으로는 풍부한 수량의 계곡물이 흐르고... 걷기 좋고 평온한 길


사방댐에서 '백암사지' 로 오릅니다. 본격 오르막이 시작되지만 아주 힘들지는 않습니다
수암사지도 지나고 능선에 이르자 전망이 트이기 시작합니다



옥양봉에 도착했습니다
서산,당진,예산,홍성의 들판들이 한눈에 내려다보입니다
비산비야(非山非野) 가야산이 바라다보이는 이 4개 시,군을 예로부터 '내포지방' 이라고 하며 '충청도에서도 특히 살기좋은 곳' 이라고 했는데 오늘 가야산에 오르니 이 말의 의미를 알 것 같습니다



가야봉에 갔다가 다시 석문봉으로 되돌아와 일락사 방향으로 내려갑니다


시비(詩碑)가 있는 곳에서 휴양림쪽으로 내려와 오늘 산행을 마무리합니다
고향의 산이어서인지 포근하고 평온했던 가야산
가야산 자락에서 태어났으니 나를 낳은 산 입니다
가야산이 나를 낳고 설악산이 나를 키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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