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도 마라도 / 양승해 물결 소리만 갈매기 우는 소리만 강남가는 철새가 마지막으로 죽지를 쉬고 가는 남쪽 하늘 다한 조국 땅의 끝 밀물이 밀려 오면 썰물이 가고 썰물이 내려 가면 밀물이 오는 것을 오면 가지 말아 가면 오지 말아 그 이름 그 전설이 너무 고와 슬픈 섬 낮에는 흰 구름 아득한 돛배 잠 못 이루는 밤은 등댓불 밝혀놓고 어디 개 짖는 소리도 없이 물결 소리만 갈매기 우는 소리만 명시감상 2022.04.30
자작나무/로버트 프로스트 자작나무 / 로버트 프로스트 꼿꼿하고 검푸른 나무줄기 사이로 자작나무가 좌우로 휘어져 있는 것을 보면 나는 어떤 아이가 그걸 흔들고 있었다고 생각하고 싶어진다 그러나 흔들어서는 눈보라가 그렇게 하듯 나무들을 휘어져 있게는 못한다 비가 온 뒤 개인 겨울 날 아침 나뭇가지에 얼음이 잔뜩 쌓여있는 걸 본 일이 있을 것이다 바람이 불면 흔들려 딸그락거리고 그 얼음 에나멜이 갈라지고 금이 가면서 오색찬란하게 빛난다 어느새 따뜻한 햇빛은 그것들을 녹여 굳어진 눈 위에 수정 비늘처럼 쏟아져 내리게 한다 그 부서진 유리더미를 쓸어 치운다면 당신은 하늘 속 천정이 허물어져 버렸다고 생각할는지도 모른다 나무들은 얼음 무게에 못 이겨 말라붙은 고사리에 끝이 닿도록 휘어지지만 부러지지는 않을 것 같다. 비록 한 번 휜 채 오.. 명시감상 2017.04.22
박노해 시 모음/길 잃은 날의 지혜 외9편 길 잃은 날의 지혜 박노해 큰 것을 잃어버렸을 때는 작은 진실부터 살려 가십시오 큰 강물이 말라갈 때는 작은 물길부터 살펴 주십시오 꽃과 열매를 보려거든 먼저 흙과 뿌리를 보살펴 주십시오 오늘 비록 앞이 안 보인다고 그저 손 놓고 흘러가지 마십시오 현실을 긍정하고 세상을 배우.. 명시감상 2016.12.26
부모로서 해줄 단 세가지/박노해 부모로서 해줄 단 세 가지 / 박노해 무기 감옥에서 살아나올 때 이번 생에는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내가 혁명가로서 철저하고 강해서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허약하고 결함이 많아서이다 하지만 기나긴 감옥 독방에서 나는 너무 아이를 갖고 싶어서 수많은 상상과 계획을 세우.. 명시감상 2016.12.26
6월의 시 6월에는 - 나명욱 - 6월에는 평화로워지자 모든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 쉬면서 가자 되돌아보아도 늦은 날의 후회 같은 쓰라림이어도 꽃의 부드러움으로 사는 일 가슴 상하고 아픈 일 한두 가지겠는가 그래서 더 깊어지고 높아지는 것을 이제 절반을 살아온 날 품었던 소망들도 사라진 .. 명시감상 2015.06.08
5월의 시 5월이 오면 / 황금찬 언제부터 창 앞에 새가 와서 노래하고 있는 것을 나는 모르고 있었다. 심산 숲내를 풍기며 5월의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나는 모르고 있었다. 저 산의 꽃이 바람에 지고 있는 것을 나는 모르고 꽃잎 진 빈 가지에 사랑이 지는 것도 나는 모르고 있었다. 오늘 날고 있는 .. 명시감상 2015.05.02
4월의 시/이해인 4월의 시 / 이해인 꽃무더기 세상을 삽니다 고개를 조금만 돌려도 세상은 오만가지 색색의 고운 꽃들이 자기가 제일인 양 활짝들 피었답니다 정말 아름다운 봄날입니다 새삼스레 두 눈으로 볼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고 고운 향기 느낄 수 있어 감격이며 꽃들 가득한 사월의 길목에 살고 .. 명시감상 2015.04.10
행복은 비교를 모른다/박노해 나의 행복은 비교를 모르는 것 나의 불행은 남과 비교하는 것 남보다 내가 앞섰다고 미소 지을 때 불행은 등 뒤에서 검은 미소를 지으니 이 아득한 우주에 하나뿐인 나는 오직 하나의 비교만이 있을 뿐 어제의 나보다 좋아지고 있는가 어제의 나보다 더 지혜로워지고 어제보다 더 깊어지.. 명시감상 2015.01.27
내 안의 아버지/박노해 내 안의 아버지 - 박노해 - 마라톤을 그리 잘하셨다는데 40언덕에서 쓰러져 그대로 저승길 달리셨나요 이 산하를 바람처럼 떠돌았는데 남도 산자락에 누운 채로 흰 구름이신가요 판소리 가락이 절창이셨다는데 깨어진 노래 품고 이리 단호한 침묵이신가요 못다 핀 꽃, 못다 한 정, 못다 한.. 명시감상 2014.12.31
감동을 위하여 / 박노해 감동을 위하여 - 박노해 - 아침과 봄에 얼마나 감동하는가에 따라 당신의 건강을 체크하라 당신 속에 자연이 깨어남에 대해 아무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첫 파랑새의 지저귐이 전율을 일으키지 않는다면-눈치채라 당신의 봄과 아침은 이미 지나가버렸음을 - 헨리 데이빗 소로우 오늘.. 명시감상 2014.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