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감상 63

마라도

마라도 / 양승해 물결 소리만 갈매기 우는 소리만 강남가는 철새가 마지막으로 죽지를 쉬고 가는 남쪽 하늘 다한 조국 땅의 끝 밀물이 밀려 오면 썰물이 가고 썰물이 내려 가면 밀물이 오는 것을 오면 가지 말아 가면 오지 말아 그 이름 그 전설이 너무 고와 슬픈 섬 낮에는 흰 구름 아득한 돛배 잠 못 이루는 밤은 등댓불 밝혀놓고 어디 개 짖는 소리도 없이 물결 소리만 갈매기 우는 소리만

명시감상 2022.04.30

자작나무/로버트 프로스트

자작나무 / 로버트 프로스트 꼿꼿하고 검푸른 나무줄기 사이로 자작나무가 좌우로 휘어져 있는 것을 보면 나는 어떤 아이가 그걸 흔들고 있었다고 생각하고 싶어진다 그러나 흔들어서는 눈보라가 그렇게 하듯 나무들을 휘어져 있게는 못한다 비가 온 뒤 개인 겨울 날 아침 나뭇가지에 얼음이 잔뜩 쌓여있는 걸 본 일이 있을 것이다 바람이 불면 흔들려 딸그락거리고 그 얼음 에나멜이 갈라지고 금이 가면서 오색찬란하게 빛난다 어느새 따뜻한 햇빛은 그것들을 녹여 굳어진 눈 위에 수정 비늘처럼 쏟아져 내리게 한다 그 부서진 유리더미를 쓸어 치운다면 당신은 하늘 속 천정이 허물어져 버렸다고 생각할는지도 모른다 나무들은 얼음 무게에 못 이겨 말라붙은 고사리에 끝이 닿도록 휘어지지만 부러지지는 않을 것 같다. 비록 한 번 휜 채 오..

명시감상 2017.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