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설주의보/최승호 대설주의보 - 최승호 - 해일처럼 굽이치는 백색의 산들, 제설차 한 대 올 리 없는 깊은 백색의 골짜기를 메우며 굵은 눈발은 휘몰아치고, 쬐그마한 숯덩이만한 게 짧은 날개를 파닥이며… 굴뚝새가 눈보라 속으로 날아간다. 길 잃은 등산객들 있을 듯 외딴 두메마을 길 끊어놓을 듯 은하수.. 명시감상 2014.12.15
사랑/김용택 사 랑 - 김용택 - 당신과 헤어지고 보낸지난 몇 개월은어디다 마음 둘 데 없이몹시 괴로운 시간이었습니다현실에서 가능할 수 있는 것들을현실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우리두 마음이 답답했습니다하지만 지금은당신의 입장으로 돌아가생각해 보고 있습니다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잊을 것.. 명시감상 2014.08.17
풀꽃의 노래/이해인 풀꽃의 노래 - 이해인 - 나는 늘 떠나면서 살지 굳이, 이름을 불러주지 않아도 좋아 바람이 날 데려가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새롭게 태어날 수 있어 하고 싶은 모든 말을 아껴둘 때마다 씨앗으로 영그는 소리를 듣지 너무 작게 숨어 있다고 불완전한 것은 아니야 내게도 고은 이름이 있음을.. 명시감상 2014.08.12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신석정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대(森林帶)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돌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 새끼 마음 놓고 뛰어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 명시감상 2014.07.28
유월엔 내가 六月엔 내가 - 이해인 - 숲속에 나무들이 일제히 낯을 씻고 환호하는 六月 六月엔 내가 빨갛게 목타는 장미가 되고 끝 없는 山香氣에 흠뻑 취하는 뻐꾸기가 된다 生命을 향해 하얗게 쏟아 버린 아카시아 꽃타래 六月엔 내가 사랑하는 이를 위해 더욱 살아 山기슭에 엎디어 찬비맞아도 좋.. 명시감상 2014.06.23
다시 새벽에 길을 떠난다/박노해 제 몸을 때려 울리는 종은 스스로 소리를 듣고자 귀를 만들지 않는다 평생 나무와 함께 살아 온 목수는 자기가 살기 위해 집을 짓지 않는다 잠든 아이의 머리맡에서 기도하는 어머니는 자기 자신을 위한 기도를 드리지 않는다 우리들, 한번은 다 바치고 돌아와 새근 새근 숨쉬는 상처를 .. 명시감상 2014.05.16
오늘밤 비는 내리고/도종환 오늘밤 비는 내리고 도종환 오늘 밤 비 내리고 몸 어디인가 소리 없이 아프다 빗물은 꽃잎을 싣고 여울로 가고 세월은 육신을 싣고 서천으로 기운다 꽃 지고 세월 지면 무엇이 남으리 비 내리는 밤에는 마음 기댈 곳 없어라 명시감상 2014.05.02
3단/박노해 3단 / 박노해 물건을 살 때면 3단을 생각한다 단순한 것 단단한 것 단아한 것 일을 할 때면 3단을 생각한다 단순하게 단단하게 단아하게 사람을 볼 때면 3단을 생각한다 단순한가 단단한가 단아한가 명시감상 2014.03.02
꽃 시 모음 꽃 시 모음 꽃을 보려면 / 정호승 꽃씨 속에 숨어 있는 꽃을 보려면 고요히 눈이 녹기를 기다려라 꽃씨 속에 숨어 있는 잎을 보려면 흙의 가슴이 따뜻해지기를 기다려라 꽃씨 속에 숨어 있는 어머니를 만나려면 들에 나가 먼저 봄이 되어라 꽃씨 속에 숨어 있는 꽃을 보려면 평생 버리지 않.. 명시감상 2014.03.01
원시(遠視)/오세영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답다. 무지개나 별이나 벼랑에 피는 꽃이나 멀리 있는 것은 손에 닿을 수 없는 까닭에 아름답다. 사랑하는 사람아, 이별을 서러워하지 마라, 내 나이의 이별이란 헤어지는 일이 아니라 단지 멀어지는 일일 뿐이다. 네가 보낸 마지막 편지를 읽기 위해선 이제 돋보기가 .. 명시감상 2014.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