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암 쌍향수(天子庵 雙香樹)
전남 순천시 송광면 송광면 천자암길 105 (이읍리)
천연기념물 제88호
이 두 그루 곱향나무 쌍향수는 나이가 약 800살 정도로 추정되며, 높이 12.0m, 가슴높이 둘레 4.10m, 3.30m이다. 두 그루가 쌍으로 나란히 서 있고 줄기가 몹시 꼬인 신기한 모습을 하고 있다. 마치 승천을 준비하는 두 마리의 용을 보는 듯하다. 아침 안개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이 신비한 나무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으스스한 전율마저 느껴진다. '신기'가 느껴지고 소원을 빌면 모두 이루어질것만 같은 영험한 기운이 느껴진다.
향나무는 우리나라 중부 이남을 비롯해 울릉도와 일본에 많이 분포하고 있다고 하는데 강한 향기를 지니고 있어 제사 때 향료로 쓰이거나 정원수, 공원수로 많이 심는 나무이다. 곱향나무는 향나무에 비해 잎이 바늘처럼 뾰족하며 잎 길이가 짧은 것이 특징이라고 하는데 개체수가 희귀할뿐더러 송광사의 곱향나무 쌍향수는 기이한 모습을 가진 오래된 나무로서 문화적·생물학적 가치가 높아 천연기념물로 지정·보호하고 있다고 한다.
전설에 의하면, 고려시대에 보조국사(普照國師)와 담당국사(湛堂國師)가 중국에서 돌아올 때 짚고 온 향나무 지팡이를 이곳에 나란히 꽂은 것이 뿌리가 내리고 가지와 잎이 나서 자랐다고 한다. 담당국사는 왕자의 신분으로 보조국사의 제자가 되었는데, 나무의 모습이 한 나무가 다른 나무에 절을 하고 있는 듯하여 예의바른 제자와 스승의 관계를 나타내는 모습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또한 한손으로 밀거나 여러 사람이 밀거나 한결같이 움직이며, 나무에 손을 대면 극락(極樂)에 갈 수 있다는 전설이 있어 이곳을 찾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쌍향수를 보러 천자암으로 가는 길은 멀고 험했다.
조계산 500고지 정도의 자락에 위치한 이 암자에 가기 위해서는 차 한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가파른 산길을 한참을 올라가야 했다.
시멘트 포장은 되어 있었지만 경사가 어찌나 급하던지 차가 뒤로 뒤집어질것만 같았다. 실제로 사고도 많이 난다하니 겨울철등에는 승용차로 오르는 일은 삼가해야할 것 같다. 결국 도중에 차를 세우고 가쁜숨을 내쉬며 오르자니 몇채의 조촐한 암자가 안개속에 나타난다.
천자암은 대표적인 조계종 참선도량의 하나로서 수행자들의 정진 장소라고 한다.
천자암은 대한불교조계종 제21교구 본사인 송광사(松廣寺)의 산내암자이다. 송광사의 제9세 국사인 담당국사(湛堂國師)가 창건하였으며, 담당이 금나라 왕자였으므로 천자암이라 명명하였다고 한다.
그 뒤 1633년(인조 11) 설묵대사(雪默大師)가 중창하였고, 1730년(영조 6) 자원대사(自願大師)가 중건하였으며, 1740년 지수(指修)·자징(慈澄) 등이 만세루(萬歲樓)를 중건하였다. 1797년(정조 21) 제운(霽雲)·두월(斗月)이 중건, 1893년(고종 30) 구연대사(九淵大師)가 성산각(星山閣)을 신축하였으며, 1924년 기산(綺山)·해은(海隱)이 중수, 1939년 금당화상(錦堂和尙)이 칠성각을 건립하였으며, 1992년에 법당을 지었다고 한다. 현존하는 당우로는 법당을 비롯해서 나한전·산신각·법왕루·요사채 등이 있다.
이 두 그루의 나무는 스승에게 기대어 절을 하는 제자같은 모습이라고 하는데 내 눈에는 정답게 해로 하는 부부처럼 보인다.
아! 우리 부부도 저처럼 정답고 품위있게 늙어 갔으면 좋겠다.
이 두 그루의 곱향 나무에는 절의 창건자인 담당국사와 연관된 전설이 전한다. 보조국사가 금나라 장종(章宗) 왕비의 불치병을 치료하여준 것이 인연이 되어 그 왕자 담당을 제자로 삼아 데리고 귀국한 뒤, 짚고 온 지팡이들을 암자의 뒤뜰에 꽂아둔 것이 자란 것이라고 전한다. 그러나 보조국사와 담당국사의 연대적 차이가 100여년에 이르므로 이 전설을 믿기는 어렵다.
한참을 바라봐도 질리지않는 이 나무를 바라보는데 어디서 술 냄새가 풍겨온다. 돌아보니 젋은 스님이 차에서 막걸리통을 내리고 있었다. 어! 스님이 술을 드시나. 못볼 걸 본것 같아 서둘러 왔던 길을 되돌아 내려왔다. 막걸리 냄새는 한참을 따라 왔다.
하지만 나중에 알았다. 막걸리는 쌍향수에 영양을 공급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한순간 눈에 보이는 사실만으로 성급하게 판단했던 잘못을 뉘우치며 눈빛 맑던 그 선승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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