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천 공작산 자락 수타사계곡 숲길. ‘산소길 2코스’구간이다.
빼어난 바위 골짜기와 울창한 숲길 자랑하는 홍천 수타사 계곡 여행
완만하고 부드러운 오솔길 참나무·잣나무 등 우거지고
새소리·물소리 가득
쉬어가는 바위경치도 멋져북한강의 지류인 홍천강(洪川江)의 우리말 이름이 너브내다. 강폭이 넓고 완만한데다 수심은 비교적 얕은 널찍한 내다. 홍천강은 강원도 홍천군 서석면 응봉산 자락 미약골에서 발원해 서쪽으로 굽이치다 북한강 청평호로 흘러든다. 하류는 이름처럼 넓고 완만하지만, 상류의 여러 물길은 좁고 깊은 바위골짜기들이다. 두촌면 용소계곡, 동면 수타계곡(수타사계곡) 등이 대표적인 바위골짜기로, 사철 빼어난 계곡미를 자랑한다. 이 중 공작산 자락 수타계곡은 강원 영서지역의 최고 고찰인 수타사와 멋진 숲길을 거느린 골짜기다. 수타계곡을 따라 조성된 ‘수타사 산소길’을 걸었다. 잣나무·참나무 빽빽이 우거진 어둑한 숲, 완만하고 부드러운 흙길, 낭랑한 새소리와 짙은 물소리를 두루 갖춘 바위골짜기 숲길이다.
▲ 수타사계곡 신봉리~노천리 구간(산소길 4코스)의 물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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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타사계곡 산소길 2코스의 출렁다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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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산 수타사계곡 따라 이어진 아늑한 숲길
수타사는 신라 때 원효가 수타계곡 상류 골짜기에 일월사란 이름으로 창건한 이래, 조선 세조 때 현재 위치로 옮기면서 수타사로 바꿨다고 한다. 본디 절 옆의 폭포와 깊은 소(용담)를 가리키는 ‘수타사’(水墮寺)였으나, 스님들이 용담에 빠져 익사하는 일이 잦자 1811년 ‘수타사’(壽陀寺)로 고쳤다고 한다. 조선 중기 건물인 아담한 대적광전, 1670년 만든 동종, 절 들머리에 있는 고려 후기의 소박한 삼층석탑 등이 볼거리다. 절 성보박물관인 보장각엔 세조 때 간행한 <월인석보>(보물)와 영산회상도 등 문화재들이 보관돼 있다.
수타사 주변 숲길은, 수타교에서 물길 왼쪽으로 올라 출렁다리를 건너 반대편 숲길을 따라 수타사로 내려오거나(시계방향), 그 반대 코스를 선택할 수 있다. 먼저 수타사를 관람했다면 절 앞(생태공원 연못 옆) 산길로 들어서서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아오는 게 좋다. 남녀노소 누구나 걸을 수 있는 2㎞ 남짓의 짤막한 숲길(산소길 2코스)이다. 생태공원은 옛날 수타사에서 경작하던 논이 있던 자리에 잔디·꽃 옮겨 심고 시멘트길 내서 만든 인공 정원이다.
숲길은 잣나무·소나무·참나무류가 햇빛이 제대로 파고들지 못할 만큼 우거져 한낮에도 어둡게 느껴질 정도다. 완만하고 부드러운 오솔길을 아이들도 걷고 연인도 걷고 어르신 부부도 걸으며 새소리·물소리를 즐긴다. 숲길을 소란스럽게 하는 건 골짜기 아래서 들려오는 물소리와 나뭇가지 타고 달음박질치는 다람쥐·청설모들이다.
“아이들 데리고 수시로 찾아와서 한바퀴 걷고 가죠. 나무 울창하고 경치 좋고, 정말 기분 좋은 숲길입니다.” 초등생 두 아이를 데리고 아내와 함께 숲길을 걷던 홍인표(48·춘천시)씨의 말이다. 아이들도 걷기를 좋아해서, 틈날 때마다 일부러 차를 몰고 찾아와 계곡 양쪽으로 이어진 숲길을 한바퀴 돌고 간다고 했다.
흠이 있다면, 최근 가뭄으로 물빛이 탁하다는 점이다. 일부 고인 물엔 거품이 떠 있기도 하다. 홍천군 문화관광해설사 손종호씨는 “가물었던데다 얼마 전 소나기로 상류 쪽 마을 논밭에서 토사가 흘러내리면서 물빛이 탁해졌다”며 “장맛비 한번 훑고 가면 깨끗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용담 너럭바위엔 먹이를 주면 다가와 받아먹는 다람쥐가 있다. “다미야, 잣 먹어라.” 용담에 상주하는 수상안전요원이 부르자 다람쥐가 조심스럽게 다가와 손바닥의 잣을 물고 달아났다. “잣을 주면 어딘가에 숨겨놓고 잠시 뒤에 또 나타난다”고 했다.
▲ 산소길 4코스 울창한 숲속에서 만난 무너진 석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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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타사 흥회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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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길 걷고 약물산 신봉리 절벽약수 한잔
산소길 2코스가 짧게 느껴진다면, 출렁다리에서 물길 상류로 더 올라 신봉리 마을길을 따라 108개의 돌탑 무리가 눈길을 끄는 동봉사까지 걸어도 좋다. 출렁다리에서 숲길·마을길을 1㎞쯤 더 걸으면 된다. 동봉사는 최근 생긴 작은 사찰이지만, 뒷산인 약수봉(약물산) 절벽 밑에서 흘러나오는 “신령스런 약수”를 맛보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이다.
“잘 들으시오. 부정한 사람, 개고기 먹고 온 사람, 전날 잠자리하고 온 사람, 생리중인 처자 들이 가면 샘이 금세 말라버린다는 신비한 약수라오.” 동봉사 주지이자, 스님 신분으로 지난해까지 신봉리 이장을 지냈다는 동청 스님이 정면으로 눈을 응시하면서 말했다. 마치 “너 혹시 개고기 먹거나 부정한 일 하고 온 거 아니지?” 하는 표정이다.
불안한 마음으로 찾아간 약수는 다행히도 마르지 않고 넘쳐흐르고 있었다. 피부에 좋고 위장병에도 좋다는 약물산 신봉리약수(동봉사약수)다. 1평짜리 대웅전을 지나 2평짜리 돌탑 산신각을 거쳐, 동청 스님이 직접 길을 닦았다는 가파른 산길을 15분쯤 오르면 높이 10m가량의 절벽 밑 약수터에 이른다. 절벽 밑 널찍한 공간 안쪽 바위를 타고 “참새 눈물 같은” 미량의 석간수가 흘러내려 고여 있다. 물맛은 정말 이슬처럼 깨끗하고 부드러웠다.
약물산(약수봉)엔 신봉리 동봉사약수 외에도 옥샘골 동굴약수, 굴운리 고개네미약수 등 이름난 약수가 여럿 있다. 출렁다리까지 수타사 숲길만을 걷고 내려온 뒤, 신봉리 동봉사까지는 차량으로 이동해도 된다.
▲ 공작산 약수봉(약물산) 절벽 밑의 신봉리약수(동봉사약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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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타사계곡 상류 ‘물구비’의 무인지경 숲길
수타사 주변 계곡 숲길(산소길 2코스)이 누구나 거닐 만한 짤막하고 완만한 숲길인 반면, 신봉리에서 노천리로 이어지는 수타계곡 상류 ‘물구비 길’(산소길 4코스)은 다소 거칠고 험한 숲길(5㎞)이다. “우천시 절대 출입금지” 팻말이 붙어 있는, 찾는 이 매우 드문 계곡 옆 산길이다.
손종호 해설사는 “옛날 신봉리와 노천리 주민들이 서로 오가던 옛길”이라며 “계곡미가 빼어나지만 숨겨진 곳이어서 아는 이들만 찾아 들어오는 골짜기”라고 말했다. 일행이 여럿 된다면, 바위경치 아름다운(가뭄 탓에 물빛은 탁하지만) 이 호젓한 숲길을 탐방해볼 만하다. 곳곳에 이정표가 설치돼 있어 길 잃을 염려는 없다.
주로 계곡 왼쪽 산자락으로 희미한 오솔길이 이어지는데, 무성하게 우거져 길을 덮은 잡초들이 최근 다녀간 이가 없음을 드러내 준다. 물길을 따라 가마소·용소목이(용소메기)·긩소(구유를 닮은 소) 등 널찍한 물웅덩이들과 작은 폭포들이 이어진다. 이 경관들을 보려면 물길로 내려서야 하지만, 비가 올 때엔 위험해지므로 ‘우회로’(4-1코스)를 따라가야 한다.
눈길을 끄는 것이 숲길 중간쯤, 물길 왼쪽 산자락에 흩어져 있는 석탑 석재들이다. 용소목이 못미처 울창한 숲속에 무너진 석탑의 몸돌·지붕돌·받침돌 들이 이끼를 덮고 뒹굴고 있다. 손 해설사는 “이곳이 애초에 원효가 창건한 일월사 터가 아닌가 추정되는 곳”이라며 “커다란 탑재들로 볼 때 꽤 규모 큰 석탑”이라고 말했다.
이 골짜기를 기분좋게 제대로 탐방하려면 장맛비가 한바탕 쓸고 간 이후가 좋겠다. 물빛이 살아야 계곡이 살기 때문이다.
출처:한겨레신문
글쓴이:이병학 선임기자
홍천 여행정보
가는 길 서울에서 갈 때 서울외곽순환도로 강일나들목에서 나가 서울~춘천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중앙고속도로로 바꿔탄 뒤 홍천나들목에서 나가 44번 국도 타고 인제 쪽으로 가다 444번 지방도(공작산로)로 우회전해 직진, 동면소재지에서 덕치리·수타사 팻말 보고 좌회전해 들어간다.
먹을 곳 수타사 들머리에 산채비빔밥·민물매운탕·막국수를 내는 식당들이 많다. 칡사랑메밀사랑(덕치리 수타사 입구)과 메밀마을(동면 속초리)의 막국수가 먹을 만하다. 홍천읍 상오안리의 장원막국수는 10여년째 순메밀 막국수로 인기를 누리는 집. 돼지수육도 좋고 백김치도 깔끔하다.
묵을곳 홍천읍내와 44번 국도변에 모텔들이 많다. 서면에 대명비발디파크가 있다. (033)434-8311.
여행 문의 홍천군청 관광레저과 (033)430-2471, 홍천군 관광안내소 (033)433-1259. 수타사에 문화관광해설사와 숲해설가가 상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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