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싶은 길

'백제의 미소' 를 만나다 서산 '아라메길'

노공이산 2013. 5. 27. 14:41

 

오대산에서부터 뻗어내려온 차령산맥 줄기가 서해바다에 다가오면서 그 맥을 주춤거리다

방향을 아래쪽으로 틀면서 마지막 용틀임을 하듯 북쪽을 향해 치솟은 땅이 가야산(伽倻山)입니다.

 

이 가야산을 둘러싼 비산비야(非山非野)의 넓은 땅, 예산,서산,홍성,태안,당진,아산지역을

예로부터 내포(內浦)지방이라고 하여 인심이 후덕하고 살기가 좋은 곳 이라고 전해져오고 있습니다.

 

이곳사람들은 가야산의 정기를 닮아서인지 성정이 온후(溫厚)하지만 기개는 강직하여

최영장군,성삼문,이순신,최익현,김대건 신부, 윤봉길 의사,김좌진 장군,만해 한용운같은 역사적 인물들을 배출하였고

내포의 흙과 바람은 몽유도원도의 안견,추사 김정희,고암 이응로 같은 예인들을 길러냈습니다.

 

서산시에서 이같은 내포의 역사,문화,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코스를 개발하여 '아라메길'이라 명명하였는데

바다의 고유어인 '아라'와 산의 우리말인 '메'를 합친 말로 내포에서도 특히 살기좋은 서산지역의 산과 바다를

둘러볼 수 있는데 아늑하고 포근함이 특색인 아라메길은

2012년 안전행정부의 '걷기 좋은 녹색길 베스트10'에도 선정되었다고 합니다.

 

 

 ▲ 아라메길 1구간 시작지점

 

현재 5구간까지 개발되었는데 하나의 길로 이어진것이 아니라 구간별로 나뉘어져 있기때문에

사전 계획을 짠 다음에 답사를 할것을 권장합니다

 

아라메길 홈페이지:http://aramegil.com

아라메길 담당문의:041-660-2373

서산시청 문화관광과:041-660-3166

용현계곡 안내소:041-662-2113

 

오늘 소개하는 곳은 '아라메1구간'으로 유기방 가옥을 출발하여 용현계곡-마애삼존불-보원사지-개심사-해미읍성에 이르는

18Km의 '메'구간에 해당하는 코스입니다.

 

1코스 상세 안내도

 

 

 

 

 ▲ 서산 유기방 가옥

 

서산 유기방 가옥

아라메길 시작 지점에 위치한 이 가옥은

서산지역 전통 양반가옥의 배치를 따르고 있으며 보존상태가 양호하여

조선후기 주택사의 학술적 가치가 높은 까닭에 충남도 지정 민속자료 23호로 지정되었습니다.

충남 서산시 운산면 여미리 203-1번지

 

 

 

 

 

 

 ▲ 선정묘

 

선정묘

조선조 제2대왕인 정종대왕의 제4왕자인 선정군의 후손인 이창주(1567~1648)가 이곳에 입향하면서

여러대에 걸쳐 세거해 왔고 이정방, 이진백, 이택 등 훌륭한 인물들이 배출된 연고로

조선조 말경 당초 경기도 파주지역에 있었던 선성군사당을 여미리168번지에 이전 위패를 모시었는데

매년 춘기에는 전국에 있는 후손들이 모여 제향한다고 합니다.

 

 

 

 

 

 

 

 

여미리 석불 입상

충청남도 지정 유형문화재 제132호인 이 미륵불은 높이 3.2m, 폭 0.76m의 크기의 고려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며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1998년에 편찬된 서산시지에서는 서산시의 자랑으로 수록되었습니다.

이 미륵은 1970년대 역천이 범람했을 때 전라산 주변 하천에서 발견된 것을 

마을주민이 이곳으로 옮겨 세웠다고 합니다.

 

 

 

 

 ▲ 서산 유상묵 가옥

 

유상묵 가옥

도지정 민속자료 제22호
야산을 배정으로 ‘U’형으로 토담을 두른 후 동측에 안채공간과

서측에 사랑채 공간을 막들담장으로 구분하였습니다.

1925년 소유주의 선친 유상묵(구한말 종5품)이 명당이라 전해지는 현재 위치에

서울의 운현궁을 본떠서 건축하였다고 전해지고 있는데 내부는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 향토음식점 '여미 디미방'

 

선정묘와 미륵불입구에 이 동네사람들이 운영하는 향토음식점이 있습니다

'들깨된장' '게국지' 등 서산지역의 토속음식을 맛볼 수 있는 이 집에서는

국산재료만 쓰고 인공조미료는 일절 넣지 않는다고 합니다

 

향토음식점 '여미 디미방'

서산시 운산면 여미리 172-1(이문안길 50)

T 041-662-0901

 

 

 

 

 ▲ 고풍저수지

 

고풍저수지

 

40여년 전 이곳에는 옹기종기 처마를 맞대고 정답게 살아가던 마을이 있었습니다.

집집마다 커다란 감나무가 서있고

오얏나무, 탱자나무,참죽나무. .. 봄이면 골단초꽃잎으로 떡을 만들어 나누어 먹던 마을사람들

 

하지만 이제 달빛에 반짝이며 '쏴아' 흘러가던 커다란 냇물은 이렇게 저수지로 변했고,

봄이면 자운영꽃이 흐드러지게 피던 들판도 '양지듬' '노루메기' '둥둥벌' '냇건너'...

이름마저 정답던 땅들은 모두 물속에 잠겨버렸습니다.

 

마을 한복판에 서있던 효행비 하나가 저수지 한켠에 옮겨세워져

그 옛날을 아는 듯 모르는 듯 외로히 서있습니다.

 

 

 

 

 

이 동네에 살았던 한 소년이 어른이 되어

그 옛날 자기만한 나이의 아들 손을 잡고 고풍저수지를 찾았습니다

그 아들은 다음과 같은 시를 지었다고 합니다.

 

 

 

 

슬픈시절

 

- 노형준 -

 

나의 아버지가 어렸을 때

세상에 없는 아들로 귀염받을 적에

당신은 모르고 계셨다

당신 앞에 펼쳐질 고난의 운명을

 

얼마 후 그것이 찾아왔다

부친께서 돌아가셨다. 하지만 아버지는

잠시 하늘나라로 여행을 떠나신 부친께서

곧 돌아오리라 믿고 또 믿었다.

 

그러나 아버지가 살던 마을은 저수지 공사로 물에 잠기게 되었고

당신은 살던 집을 눈물을 삼키며 내놓아야만 하셨다

얼마 후, 아버지는 슬픈 눈으로 살던 집과 마을을

물이 삼켜버리는 것을 바라보아야 했다

 

세월이 흐른 후, 그 저수지를 다시 찾았다

아버지는 나의 손을 잡고 있었다

그 시절을 나한테 얘기하시는 아버지의 눈에는

쓸쓸함이 가득 배어 있었다

 

가까운 곳에 마애삼존불이 있다

백제의 미소라는 국보 팔십사호

그 미소를 보고자 산을 오르는 사람들 중에

그 누가 알리요

그 전각의 들보가 내 조부의 사랑방 들보였던 사실을

물속에 잠져버린

내 아버지의 슬픈 유년기를

그 누가 기억하리

 

 

 

 

 

 

쉰줄(쉰길)바위

전에는 저수지둑이 끝나는 지점에 터널이 있었는데 새길이 나면서 '고풍터널'이 새로 만들어졌고 터널 오른편으로 이 돌산이 있습니다

어른키로 쉰길이라하여 쉰줄바위인 이 산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져오고 있습니다.

이 산밑의 웅덩이에는 커다란 지네가 살고 있었고 5Km 아래 '전라산' 아래에는 그에 못지않은 자라가 살고 있었는데 홍수가 나면 서로 만나서 싸웠다고 하는데 그때마다 지네가 이겼고 지네는 전라산의 흙과 돌을 물어다가 쉰줄바위에 쌓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쉰줄바위는 높게 되었고 전라산은 낮아졌다고 합니다.

 

 

 

 

 

용현계곡입구

고풍저수지 윗부분에 갈림길이 있는데 왼쪽으로는 수덕사 방향으로 가는 길이고

오른쪽길이 용현계곡(일명 강댕이골)입니다

강뎅이골이란 이름은 최치원이 이곳에 강당을 설치하고 학문을 가르쳤다하여

유래가 되었다고 합니다.

 

 

 

 

본격적인 탐사가 시작되는 곳인만큼 안내판도 큼지막하게 보이고 안내소도 있습니다

'솔바람길'같은 아라메길 변형코스와 '원효깨달음길'같은 등산코스도 여기서 이어집니다

출발지점인 유기방가옥,비자림,선정묘,미륵불,전라산을 보고난 후 이곳까지는

승용차로 이동할것을 권장합니다 18키로 전 구간을 도보로만 이동하는것은 교통편을 감안하거나 무더운

때에는 불편하리라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강뎅이 미륵불

용현계곡 안내소 맞은편에 미륵불하나가 서있습니다.

이 미륵불의 정체에 대해서는 학자에 따라 견해를 달리 한다는데

본래는 수백미터아래에 있었는데 물에 잠기면서 이곳으로 옮겨 놓았습니다.

 

 

강댕이 미륵불을 지나서 왼편 냇물을 건너면 '고란사'라는 조그만 암자가 있고 암자 오른편 뒷쪽에 흔히 '백제의 미소'라고

불리우는 국보 84호 '서산 용현 마애삼존불' 이 있습니다.

 

 

 

 

마애여래삼존상(국보 제84호)

중앙에 본존인 석가여래입상, 좌측에 제화갈라보살입상, 우측에 미륵반가사유상을 배치한 마애여래삼존상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마애불 중 가장 뛰어난 백제후기의 작품으로

백제인의 온화하면서도 낭만적인 기질을 엿볼 수 있습니다.

빛이 비치는 방향에 따라 웃는 모습이 각기 달라져 빛과의 조화에 의하여 진가를 보이도록 한 백제인의 슬기가 놀랍습니다.

 

 

 

 

 

흔히 '백제의 미소'로 불리는 이 부처님의 웃는 모습을 보려면 아침 9시에서 11시까지가 가장 좋은 시간입니다.

오후에 찍은 위 사진과 아침 10시에 찍은 아래 사진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계절에 따라서도 다르고 달빛에 보는 모습도 일품이라는데 현재 야간에는 관람을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애써 찾은 이 백제 삼존불 앞에 선 두 사람은 모두 말이 없었다.

어떻게 이 충격을 표현해야 할지 몰랐던 것이다.아마도 무언(無言)만이 이같은 순간에 보낼

최고의 웅변이며 감격의 표현이었는지도 모른다.'

     

                    황수영 의 <백제 서산마애불> 중에서

 

 

'예정보다 지연되긴 했으나 열시쯤에는 마애불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맑은 날씨에 빛나는 햇살이 환히 비춰 불상들은 불그레 물들어 있었다.

만일 신비로운 경지라는 말을 할 수 있다면 바로 이런 경우가 아닐지 모르겠다.

오랜 숙원이 이루어진 기쁨에 가슴이 벅차왔었다.

아마 영 잊을 수 없는 추억의 한 토막으로 남을 것 같다.'

 

            이기백 의 <서산마애불의 여래상> 중에서

 

 

 

 

 

이보다 더 편안하고 보기좋은 부처님을 본 적이 있나요? 빙그레 미소짓고 있는 부처님을 바라보고 있으니

부처님 얼굴이 나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고 산아래에서 만났던 사람들과도 닮았다는 느낌도 가져봅니다

바라보면 볼수록 자리를 뜨지 못하고 한없이 바라보게 하는 부처님...

 

 

 ▲ 빙그레 따라 웃지요

 

 

 ▲ 보원사지 5층석탑

 

보원사지

유홍준님의 '나의문화유산답사기'에 당일 답사의 영순위로 꼽는 답사지가 바로 이 보원사지라고 합니다.

넓은 절터에 당간지주와 백제계의 양식기반 위에 통일신라시대와 고려초기의 석탑양식을 고루 갖춘 5층 석탑,

통돌을 장방형으로 만든 석조, 고려시대에 법인국사의 제자들이 그의 사리를 안치하기 위하여 만든 보승탑,

법인국사의 생애가 기록된 보승탑비 등 몇가지에 불과하지만 현재 남아있는 것 만으로도 대단한 가치를 보여주는 곳입니다. 

남아있는 유물도 유물이지만 고즈녁한 절터의 분위기가 묘하게 마음을 끌어 당기는 그런 곳입니다.

 

 

 

 

 

 ▲ 보원사지 뒤쪽으로 아라메길은 이어집니다.

 

 

 

 

용현자연휴양림

산림청에서 운영하는 휴양림으로 면적991ha에 산림문화휴양관, 숲속의 집 등 숙박시설과 편의 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http://cafe.daum.net/Yonghyun1978

충남 서산시 운산면 마애삼존불길 339

T 041-664-1978

 

 

 

 

 

 

길을 걸으며 '길'을 생각합니다.

이제는 먼옛날이 되어버린 그때에 이 길은

싸리나무 광주리등을 만들어 산더미처럼 지게에 지고 장터로 향하던 강댕이계곡,가야산 자락의 사람들과

나무하러 가던 사람들의 긴 행렬이 오고가던 길이었는데...

그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그이들은 다 살아들 있을까...

 

 

 

 

 

 

 

 

 

 

 

 

 아라메길

 

- 이생진 -

 

가면서 정들고

오면서 추억이 되는

아라메길

 

세월이 닳지 않은

마애삼존불의 얼굴에

너의 미소 활짝 피었다

 

보원사 오층탑에 앉았던 봉황

개심사 아미타여래랑

해미읍성 저 멀리

도비산 너머 바다를

한숨에 다녀왔는데

 

너는 지금

아라메길

어디쯤 가고 있니

 

 

 ▲ 나 오늘, 바람이 되어...

 

 ▲ 내포의 명산 '가야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