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산동성 라오산
- 청도 바닷가와 맞닿아 솟검은 ‘중국 설악산’
- ▲ 태청궁 사원으로 들어가는 입구의 검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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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개 구역으로 구분되는 라오산
라오산은 설악산을 내설악, 외설악, 남설악으로 구분하듯 7개 구역으로 구분한다. 동쪽 해안과 가까운 앙구경구(仰口景區)와 기반석경구(棋盤石景區), 북쪽의 북구수경구(北九水景區), 서북쪽의 화루경구(?樓景區), 남쪽의 류청하경구(流淸河景區), 라오산 정상부의 거봉경구(巨峰景區), 태청궁을 중심으로 한 태청경구(太淸景區) 등이다.
짧은 일정동안 설악보다 넓은 라오산을 다 돌아보는 것이 불가능해, 7개 명소 중 태청궁을 중심으로 한 태청경구와 산중턱에 자리 잡은 도교사원 명하동(明霞洞)까지 산행코스를 택했다. 도교의 발상지답게 산 곳곳에 역사 깊은 도교사원이 자리 잡고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태청궁(太淸宮)이다.
태청경구(太淸景區) 중심이기도 한 태청궁은 태청만(太淸灣) 해안가에 위치한 유서 깊은 도교사원이다. 수령 천 년 이상의 은행나무와 향나무 등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 있고, 도교를 상징하는 태극, 팔괘 문양과 대표 7신을 모시는 각종 사당과 우물 등이 돌로 만든 평평한 바닥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었다. 성지 순례하듯 관람객들 행렬이 연중 끊이지 않는 곳이라고 한다.
30여 분 동안 태청궁 관람을 마치고 산행을 위해 버스로 사자암(獅子岩)까지 이동했다. 라오산의 동쪽 해안으로 넘어가는 고갯마루에 위치한 사자암에서 산행준비를 하는 동안 정자 위로 올라보니 뿌연 안개 속에 태청만과 태청궁이 내려다보인다. 산행들머리 바로 아래쪽에는 산중턱까지 케이블카가 운행 중이었으나 참가자들은 모두 걷기로 했다.
오전 10시40분 산행 시작. 산 입구에는 아직 문을 열지 않은 몇몇 기념품가게가 도로 양옆으로 줄지어 있다. 계단이 시작되는 곳에는 고정식 좌판대에서 물건을 파는 노점상들이 등산로를 따라 늘어서 있어 길 잃을 염려는 없어 보인다.
중국 대부분의 산들이 돌로 만든 등산로이듯 라오산 역시 돌산답게 등산로 전체가 자연석을 깎아 만든 돌길이 계속된다. 등산로 옆으로 커다란 바위마다 글씨를 새겨서 명소를 알려주고는 있지만, 반가움보다는 왠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그런 글씨를 외면한 채 삼삼오오 어울려 담소를 나누며 산행을 즐긴다.
소나무숲을 10여 분 오르자 케이블카가 머리 위로 ‘쉬익 쉬익’거리며 지나간다. 산행을 시작한 지 30분, 고개 위로 올라서서 산 위쪽 풍경이 바라다보이는 널찍한 공터에서 휴식을 갖는다.
- 바다와 암봉 조화된 모습 설악산 닮아
동쪽으로는 희미하게 바다가 내려다보이고, 올망졸망 바위를 대충 얹어놓은 듯한 봉우리가 바닷가로부터 두 개의 큼직한 봉우리로 올라서서 라오산 정상쪽으로 이어진다. 케이블카는 계곡으로 곤두박질치다가 다시 산 중턱의 삭도역(케이블카 승하차장)으로 올라간다.
나무보다 바위가 더 많아 산세가 덜 정리된 듯 산만해 보이지만, 라오산 정상부와 그 뒤쪽으로 연결된 암릉은 아래쪽과는 달리 웅장해 보인다. 내리막을 잠시 내려서자 상청궁(上淸宮·도교사원)으로 넘어가는 고개 갈림길에서 우측 내리막길로 접어든다. 곧바로 나타나는 삼거리 갈림길에서 왼쪽 오르막이 삭도역 가는 길이다.
소나무가 주종이고 키가 크지 않다. 드문드문 활엽수가 터널을 이룬 숲을 지나기도 하지만, 소나무숲은 등산로가 햇살에 노출되어 삭도역 오르막 계단에서는 이마에 땀이 흐른다. 참가자들은 서두르지 않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사진 찍기에 바쁘다. 삭도역 직전 너럭바위에서 돌아보니 올라온 길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12시20분. 삭도역에 올라서자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이 간이매점의 호객꾼들이다. 기념품을 팔기도 하고 간단한 생선 등의 해산물을 구워 술과 함께 안주로 팔고 있다. 삭도역에서 명하동(明霞洞) 아래 갈림길까지는 소나무숲과 막 움을 틔운 목련꽃, 버드나무숲을 지나는 완만한 길이다. 막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은 우리나라의 날씨와 비슷해서 라오산은 봄 채비에 한창이다. 등산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중국인들도 가끔 마주친다. 가족단위로 산행하고 있지만 차림새는 등산과는 거리가 멀다.
12시55분. 명하동 아래 갈림길에 넓은 그늘을 만들어주는 바위 아래에서 점심식사를 한다. 삼거리에도 서너 곳의 노점상이 산행객에게 기념품과 맥주, 고량주 등의 술을 팔고 있었다. 김밥과 함께 도시락을 먹으며 시원한 칭타오 맥주를 곁들인다. 식사를 마친 사람들은 시간을 정하지 않고 명하동까지 갔다 오면서 자연스럽게 하산길로 이어진다.
명하동은 갈림길에서 10분 정도 위쪽에 있는 산중 도교사원이다. 고약한 모양의 수염을 기른 전통 복장의 관리인이 입구에 거만하게 걸터앉아 방문객들에게 시비를 걸듯 표를 사오라며 눈을 부라린다.
- ▲ 중국 유명 산 특유의 긴 돌계단과 어우러진 용담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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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자락 곳곳에 자리한 도교사원들
키 작은 대나무숲이 좌우로 자란 계단을 걸어 내려가 식사한 장소에 도착하니 일행 대부분이 내려간 후다. 자리 정리를 방금 마친 참가자 몇 분과 함께 상청궁으로 향한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30분 정도 내려오니 상청궁이다. 이곳 역시 산중 도교사원으로 앞마당에 1,000여 년 된 은행나무가 눈길을 끈다. 어른 몇 아름은 되어 보이는 은행나무 주위로 새로 자라난 가는 가지가 울타리를 이루고 있다. 사원 앞쪽의 한 바위에 도교를 상징하는 태극과 팔괘문양을 새겨놓은 것이 인상적이다.
터널을 이룬 대나무숲을 지나고 팔수하(八水河)로 내려서는 길 왼쪽의 작은 계곡물이 맑고 깨끗하다. 팔수하는 말 그대로 8개 물줄기가 흘러드는 곳으로 물줄기가 계곡마다 나 있다. 팔수하에 가까워지자 크고 굵은 나무들이 자주 눈에 띈다.
20분쯤 내려와 작은 돌다리를 건너고 가파른 돌계단이 시작되는 곳에 다가서자 우측 암벽에 커다란 폭포가 걸려있다.
- ▲ (왼쪽)아치형 다리 위에서 본 용담폭포. (오른쪽) 명하동 입구 계단을 내려가는 산행 참가자.
- 라오산의 으뜸 명소인 용담폭포(龍潭瀑布)다. 가뭄으로 수량이 많지 않아 벽면을 타고 천천히 흘러내리는 물줄기였지만 그 느낌만은 시원했다. 앞서 내려간 일행을 모두 다리 위에서 만났다. 폭포를 배경으로 사진 찍느라 한바탕 난리를 치르면서도 환한 표정에서는 여유가 묻어난다.
팔수하의 물줄기들은 용담폭포 아래 아치형 돌다리 밑으로 흘러서 용담댐으로 흘러든다. 기념품 가게를 지나고 용담댐의 맑고 푸른 물을 내려다보며 나무로 바뀐 계단을 천천히 내려선다. 댐을 지나면서 다시 돌계단으로 바뀌었고 호텔과 음식점, 기념품점이 산 입구 좌우로 늘어선 도로로 내려서자 도로 건너편 주차장 너머로 바다가 내려다보이고, 그 반대편 산 아래쪽으로는 인공적으로 만든 대형 조형물이 눈길을 끈다. ‘해상명산 제일로산’. 오후 2시40분에 산행을 마친다.
- ▲ (왼쪽) 팔수하로 내려가는 도중에 만난 간이 사원. (오른쪽) 돌다리 난간의 쇠사슬에 매달아 놓은 붉은 리본이 달린 자물통.
- 3월25일. 맥주박물관과 시내관광을 마치고 청도공항에서 2시간 연착된 비행기를 기다린 후 짧은 비행 끝에 인천에 돌아왔다. 조금 짧아 아쉽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하루 정도 더 머물며 라오산의 다른 한 곳을 둘러봤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았다. 주말과 휴일을 이용해 시간과 경제적인 면에서 큰 부담 없이 해외 명산을 둘러보고 왔다는 사실에 만족하며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2% 부족한 여행이었지만 참가자들의 환한 표정들은 기억에 오래 남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 ▲ 청도 소어산 전망대에서 본 제1해수욕장과 바닷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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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오산 전체 돌아보려면 4~5일 소요
라오산을 하루에 둘러보는 것은 힘들다. 각각의 산행들머리를 시작으로 돌아본다 하더라도 4~5일은 족히 필요할 것이다. 천천히 계곡과 능선을 오르며 산을 둘러보는 것도 좋지만, 라오산 일주도로를 따라 산을 한 바퀴 차로 돌아보는 것도 인상적인 경험이 될 것이라는 청도에 사는 한 교포의 말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설악산처럼 바닷가 한적한 포구에 민박을 정하고 2~3일 여유 있게 산을 즐기며 바다에서 방금 잡아 올린 싱싱한 회와 해산물을 맛볼 수도 있다. 산행 후 피로를 풀기 위해 전통 발마사지를 받아보는 것도 추천할 만 하다.
서해 바다(중국 사람들은 동해라고 부름)를 끼고 있는 해양도시답게 청도에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의 요트경기가 열린다고 한다. 손님맞이 준비로 깨끗하게 정비된 시가지가 인상적이다. 독일 식민지배의 영향으로 건물은 유럽풍으로 꾸며져 시내 어디를 가더라도 깨끗하고 아름다운 건물이 들어서 있다. 중국보다 잘 사는 나라에서 왔음에도 샘이 절로 난다.
청도는 구도시와 바닷가를 중심으로 한 신도시로 구분되는데, 신도시 중심부에 위치한 중산공원(中山公園) 작은 언덕 위에 솟은 TV탑(電視塔) 전망대에 오르면 시가지 전체를 둘러볼 수 있다.
라오산 물이 좋아 맛이 좋다는 청도 맥주는 104년의 전통을 자랑한다. 해마다 8월15일부터 30일까지 보름간 세계유명맥주회사가 참가하는 맥주축제가 청도시 전역에서 열린다. 이 기간동안은 음주검문을 하지 않으며 공안들도 취한 채 돌아다닐 정도라고 하니 축제 분위기를 짐작해 볼 뿐이다.
중산공원이 가까운 바닷가 작은 언덕인 소어산(小魚山) 정상에는 3층 전망대가 있다. 제1해수욕장을 비롯하여 해안풍경을 감상하기에 적당하고 독일총독부 건물, 팔대관로, 청도대학, 횃불광장 등 볼거리가 시내 곳곳에 산재해 있다. 바닷가 도시답게 해산물이 풍부한 편이지만 가격이 비싼 것이 흠이다.
7,000여 개의 한국기업이 진출해 있으며, 13만 이상의 한국인이 살고 있어 청도는 ‘중국 속의 작은 한국’이라 불린다. 호텔이나 음식점에서 간단한 한국말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한식, 북한식, 양식, 중국식은 물론이고 한국인들을 위한 술집이 모여 있는 곳에서는 한국의 어느 거리처럼 느껴져 처음 찾는 곳이지만 낯설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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