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이 오면 / 황금찬
언제부터 창 앞에 새가 와서
노래하고 있는 것을
나는 모르고 있었다.
심산 숲내를 풍기며
5월의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나는 모르고 있었다.
저 산의 꽃이 바람에 지고 있는 것을
나는 모르고
꽃잎 진 빈 가지에 사랑이 지는 것도
나는 모르고 있었다.
오늘 날고 있는 제비가
작년의 그놈일까?
저 언덕에 작은 무덤은
누구의 무덤일까?
5월은 4월보다
정다운 달
병풍에 그려 있던 난초가
꽃피는 달
미루나무 잎이 바람에 흔들리듯
그렇게 사람을 사랑하고 싶은 달
5월이다.
아름다운 신록 / 이생진
신록을 예찬하고 싶다
신록은 바다 속 같다
단물이 난다
벌레가 먹기 좋고
새들이 숨어서 노래하기 좋다
나도 산길을 거닐다 신록에 미쳐
파랗게 질린다
신록 속에는
사랑의 비결이 많다
5월 / 오세영
부신 초록으로 두 눈 머는데
진한 향기로 숨막히는데
마약처럼 황홀하게 타오르는
육신을 붙들고
나는 어떻게 하라는 말씀입니까.
아아, 살아있는 것도 죄스러운
푸르디푸른 이 봄날,
그리움에 지친 장미는
끝내 가시를 품었습니다.
먼 하늘가에 서서 당신은
자꾸만 손짓을 하고……
5월의 다짐 / 정연복
초록 이파리들의
저 싱그러운 빛
이 맘속
가득 채워
회색 빛 우울(憂鬱)
말끔히 지우리.
살아 있음은
아직 희망이 남아 있다는 것
살아 있음은
생명을 꽃피우기 위함이라는 것
살아 있는 날 동안에는
삶의 기쁨을 노래해야 한다는 것.
초록 이파리들이 전하는
이 희망의 메시지
귀담아 듣고
가슴 깊이 새기리.
푸른 5월 / 노천명
청자빛 하늘이
육모정 탑 위에 그린 듯이 곱고,
연못 창포 잎에
여인네 맵시 위에
감미로운 첫여름이 흐른다.
라일락 숲에
내 젊은 꿈이 나비처럼 앉는 정오
계절의 여왕 5월의 푸른 여신(女神) 앞에
내가 웬일로 무색하고 외롭구나.
밀물처럼 가슴속으로 몰려드는 향수(鄕愁)를
어찌하는 수 없어
눈은 먼데 하늘을 본다.
긴 담을 끼고 외딴 길을 걸으며 걸으며
생각이 무지개처럼 핀다.
풀 냄새가 물큰
향수(香水)보다 좋게 내 코를 스친다.
청머루 순이 뻗어 나오던 길섶
어디에선가 한나절 꿩이 울고
나는
활나물, 호납나물, 젓가락나물, 참나물을 찾던
잃어버린 날이 그립지 아니한가, 나의 사람아.
아름다운 노래라도 부르자
서러운 노래를 부르자.
보리밭 푸른 물결을 헤치며
종달새 모양 내 마음은
하늘 높이 솟는다.
5월의 창공이여!
나의 태양이여 !
오월이 돌아오면/신석정
오월이 돌아오면
내게서는 제법 식물 내음새가 난다
그대로 흙에다 내버리면
푸른 싹이 사지에서 금시 돋을 법도 하구나
오월이 돌아오면
제발 식물성으로 변질을 하여라
아무리 그늘이 음산하여도
모가지서부터 푸른 싹은 밝은 방향으로 햇볕을 찾으리라
오월이 돌아오면
혈맥은 그대로 푸른 엽맥이 되어라
심장에는 흥건한 엽록소를 지니고
하늘을 우러러 한 그루 푸른 나무로 하고 살자
5월/김태인
저, 귀여운 햇살 보세요
애교떠는 강아지처럼
나뭇잎 핥고 있어요
저, 엉뚱한 햇살 보세요
신명난 개구쟁이처럼
강물에서 미끄럼 타고 있네요
저, 능청스런 햇살 보세요
토닥이며 잠재우는 엄마처럼
아이에게 자장가 불러주네요
저, 사랑스런 햇살 보세요
속살거리는 내 친구처럼
내 가슴에 불지르네요
5월의 그대여 / 임영준
그대여
눈부신 햇살이 저 들판에
우르르 쏟아지고
계곡마다 초록선율 넘쳐흐르는데
아직도 그리움에 목말라
웅크리고만 있는가
때는 바야흐로
소박한 아카시아도 불붙는 날들인데
가시를 두른 장미도 별이 되는 날들인데
어이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는건가
눈부시게 아름다운 5월에 / 하이네
눈부시게 아름다운 5월에
모든 꽃봉오리 벌어질 때
나의 마음속에서도
사랑의 꽃이 피었어라
눈부시게 아름다운 5월에
모든 새들 노래할 때
나의 불타는 마음을
사랑하는 이에게 고백했노라
5월을 드립니다 / 오광수
당신 가슴에
빨간 장미가 만발한 5월을 드립니다
5월엔
당신에게 좋은 일들이 생길 겁니다
꼭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웬지 모르게 좋은 느낌이 자꾸 듭니다
당신에게 좋은 일들이
많이 많이 생겨나서
예쁘고 고른 하얀 이를 드러내며
얼굴 가득히 맑은 웃음을 짓고 있는
당신 모습을 자주 보고 싶습니다
5월엔
당신에게 좋은 소식이 있을 겁니다
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웬지 모르게 좋은 기분이 자꾸 듭니다
당신 가슴에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담긴 5월을 가득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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