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 쟁 이
- 도종환 -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 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 >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나아간다
한 뻠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명시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해인/비오는 날에 (0) | 2013.07.02 |
---|---|
어느 부부의 사랑이야기 (0) | 2013.06.01 |
박노해 시 2편 (0) | 2011.02.03 |
칼을 갈라/유치환 (0) | 2010.02.11 |
뜨거운 노래는 땅에 묻는다/유치환 (0) | 2010.0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