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가현에 있는 다케오 올레를 걷기 위해 JR하카타역으로 향한다. 하카타역에서 다케오온천역까지는 한시간 거리밖에 안되기에 아침 일찍부터 서두를 필요가 없다. 하카타역에서 도시락도 사고 창구에서 지정석으로 예약도 했다.
천엔 안팍의 다양한 종류의 도시락이 많아서 무얼 사야할지 망설여진다. 속 편하게 아내에게 일임을 하고...
열차를 기다리는 동안 승강장에서 사진도 찍는다. 아내는 어제 오쿠분고를 걸었던 감흥이 아직 남아있는 듯한 표정이다.
자판기에서 생수도 두병 샀다. 일본은 가히 자판기의 천국인 것 같다. 곳곳에 자판기가 놓여져 있으니..
특급 하우스텐보스 미도리열차
열차 안에서 식사를 하는 것이 정말 오랜만이다.
다케오온센(武雄溫泉)역. 게이트 바로 앞에 다케오시관광안내소가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 도시락도 사고 올레스탬프북에 스탬프도 찍었다.
어제 걸었던 오쿠분고 코스는 내내 산길로 이루어졌는데 다케오코스는 시가지를 걷는 구간이 많은 것같다. 초기에 생긴 올레길이라 자연과 도시의 속살을 체험하는 올레정신에 가깝게 설계되었기 때문인가 보다.
이런 육교도 지나가야 하고
육교 위에서 바라본 풍경. 일본 도시답게 조용하고 깨끗하다.
시라이와(白岩)운동공원 가는 길.
운동공원 한켠에서 노인들이 게이트 볼을 하고 있다.
시라이와운동공원을 지나자 울창한 대나무숲이 나타난다.
대나무 숲을 지나 고도를 조금 높이자 다케오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주변이 산으로 둘러 쌓인 아주 크지도 작지도 않은 도시이다. 다케오온천으로 유명한 온천도시이기도 하고 400여년 전부터 시작한 도자기가마터 60여개가 있는 도자기 마을이기도 하다. 자기를 만드는 기술이 없었던 일본이 자기를 만들수있기까지는 임진왜란 때 끌려온 조선인 도공들의 공이 컸다고하니 우리 역사와도 관련이 깊은 도시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다케오 시내를 한참동안 바라보다가 키묘지(貴明寺)로 가기위해 내리막길을 내려간다.
키묘지는 500여년 전에 제19대 다케오 영주인 고토 다카아키라(後藤高明)가 세운 선종 사찰로 일본식 정원을 느껴볼 수 있는 정원으로 유명하다. 여러가지 다양한 표정을 짓고 있는 지장보살상이 세워져있어서 이채로웠다.
이케노우치(池內)호수로 가기위해 뚝방길을 올라 간다.
1625년에 경지 관개용수로 만들어진 다케오시에서 가장 큰 호수라고 한다. 호수 주변에는 호텔과 펜션 등 깨끗한 숙박시설이 모여 있었다.
벚나무가 심어져있는 호반을 걷다가 사가현 우주과학관 앞에서 길이 갈리게되는데 A코스는 가파른 산길을 통과해야 하는 상급자용, B코스는 다케오시의 풍경을 바라보며 걸어가는 노약자용 길이라는데 아내와 잠시 상의 후 우리는 A코스를 선택했다.
산 그늘이 거울처럼 비치는 작은 호수가 나타났다. 어제 오쿠분고 코스에서 뱀을 보았던 아내는 조심조심 다리를 건너간다.
호수를 지나자 길이 조금씩 가팔라진다. 발 아래를 살피자 고사리가 많이 보인다. 여린 순이지만 금방 배낭을 가득 채울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그림의 떡이 아닌가. 그냥 발걸음을 재촉한다.
산악유보도 전망대이다. 다케오시내 일대가 다시 한눈에 보인다. 마주 보이는 두 개의 산은 배 모양이라하여 미후네야마(御船山)라고 하는데 다케오시를 상징하는 산이다.
미후네(御船)산. 다케오시 한쪽편에 우뚝 솟은 이 산은 해발210m로 높지는 않지만 두 봉우리를 연결하면 흡사 범선을 연상한다하여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전망대에서 준비해 간 도시락을 먹는다. 식사 후 경사가 급하고 위험하다는 A코스길을 내려갔는데 생각보다 경사도 심하지않고 짧아서 싱거웠다.
대나무 숲길에서 새 소리가 들려온다.
다시 시가지길로 접어 들었다. 조금 퇴락한 분위기가 풍기는 신사(神社)하나가 보인다. 덴만구라면 스가와라 미치자네를 모신 신사일지 모르겠다.
시가지를 한참 걸어서 도착한 다케오시 문화예술회관
문화회관 한편에 나베시마 시게요시의 동상이 서있다. 에도시대 말기인 19세기 다케오번의 28대 영주였으며 아름다운 정원 미후네야마 라쿠엔(御船山樂園)을 조성한 인물로 지금의 문화회관 자리는 이 사람의 정원이었었다고 한다. 나베시마 가문은 대대로 사가지방을 통치했던 영주가문으로 영친왕 이은의 비였던 마사코(이방자 여사)의 외할아버지 나베시마 나오히로도 이 가문이라고 하며 이들은 임진왜란때 조선을 침략한 나베시마 나오시게(鍋島直茂)의 후손들이다.
나베시마 나오시게(鍋島直茂)
나베시마 가문의 가조(家祖)인 나베시마 나오시게는 일본 전국시대의 무장으로 사가지방을 통치했던 류조지(龍造寺)가문의 가로였으나 권모술수를 동원해 사가번을 자신의 영지로 만들었으며 그의 아들 가쓰시게(勝茂)는 사가번의 초대 번주가 된다.
임진왜란 때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의 휘하 장수로 가토의 본대보다 더 많은 1만 2000명을 이끌고 참전하였다. 함경도로 진격해 왕자 임해군과 순화군을 사로잡고 조선인의 코를 베어가는 등 악행도 저지르다가 북관대첩에서 의병장 정문부(鄭文孚)에게 크게 패하였다.
1597년 정유재란 때는 제 4진으로 다시 조선을 침략하여 울산성 전투때는 가토 기요마사를 구원하기 위한 8만 명의 구원병 총사령관으로 조명(朝明)연합군을 무찔렀다. 일본으로 돌아갈 때는 이삼평(李參平) 등 많은 조선인 도공들을 끌고 가기도 하였다.
나베시마 시게요시의 동상을 지나 대나무숲으로 들어서자 곧바로 거대한 녹나무 한그루가 시야를 가로 막는다. 수령이 3000년이넘는다는 나무이다. 다케오시에는 3000년이 넘는 녹나무가 세그루 있으며 두그루를 올레길에서 만날 수 있다는데 다른 한그루는 다케오 신사안에 있고 아내가 일본의 신사에는 가고 싶지않다고하여 그냥 지나쳐오는 바람에 보지 못하였다. 이 나무를 보니 그냥 지나쳐온것이 마냥 아쉬워진다.
3000년이 넘은 나무라니... 신령스럽고 경외감이 느껴진다
다케오온천. 12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유서 깊은 온천으로 토요토미 히데요시, 미야모토 무사시 등 유명인들이 이곳에서 온천욕을 즐겼다고 한다. 온천 앞에는 전통을 자랑하는 료칸들이 40여곳 있다.
다케오 온천의 상징인 2층으로 된 이 로몬(樓門)은 도쿄역을 설계한 다쓰노 긴고의 작품으로 못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만들었다고 한다.
다케오 올레길도 끝이 난다. 도자기의 산지인 아리타(有田)가 한 정거장이라 가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아내의 표정을 보니 별로 가고 싶은 기색이 아니다. 후쿠오카로 돌아가는 열차도 한 시간에 한대꼴이고.. 다음을 기약하면서 열차에 몸을 실었다.
후쿠오카로 돌아와서 덴진에 있는 미쓰코시 백화점 지하 식품부로 갔다. 도시락,초밥,고기 등 먹을거리가 풍부했다. 잔뜩 사가지고 숙소로 돌아와 맛있게 먹었다. 큐슈올레도 식후경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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