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감상

강은교 "진눈깨비'

노공이산 2009. 7. 11. 21:25

진눈깨비가 내리네

속시원히 비도 못 되고

속시원히 눈도 못 된 것

부서지며 맴돌며

휘휘 돌아 허공에

자취도 없이 내리네

내 이제껏 뛰어다닌 길들이

서성대는 마음이란 마음들이

올라가도 올라가도

천국은 없어

몸살치는 혼령들이

안개속에서 안개가 흩날리네

어둠 앞에서 어둠이 흩날리네

그 어둠 허공에서

떠도는 피 한 점 떠도는 살 한 점

주워 던지는 여기

한 떠남이 또 한 떠남을

흐느끼는 여기

 

진눈깨비가 내리네

속시원히 비도 못 되고

속시원히 눈도 못 된 것

그대여

어두운 세상 천지

하루는 진눈깨비로 부서져 내리다가

잠시 잠시 한숨 내뿜는 풀꽃인 그대여

 

     강은교 "진눈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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