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곡 이이는 열세살의 나이에 진사 초시에 합격하여 세상을 놀라게 하였으나
열여섯 살이 되던 해 하늘과도 같은 스승이자 삶의 귀감이었던 어머니 사임당 신씨를 여의었습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허탄과 슬픔에 눈물의 삼년상을 마치고 금강산으로 들어가 불교에 심취하기도 했던 이이는
방황을 끝내고 강릉 죽헌리 외가로 돌아와 외할머니의 자애로운 보살핌을 받으며 마음의 안정을 되찾고
다시 공부에 열중하면서 앞날을 설계합니다.
이때 자기 스스로를 경계하는 글(자경문)을 지어 평생의 좌우명으로 삼았습니다.
약관의 나이에 쓴 글이 450여년이 지난 오늘에 읽어도 커다란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첫째. 큰 뜻을 세우고 성인을 본보기로 삼아야 하되 털끝만큼이라도 성인에 미치지 못한다면 나의 일은 끝나지 않는다.
둘째. 마음이 안정된 자는 말이 적다. 그러므로 마음을 안정시키는 일은 말을 줄이는 일이다.
셋째. 마음이란 살아 있는 사물과 같다. 잡념과 헛된 망상을 없애기 전에는 마음의 동요를 안정시키기 어렵다.
넷째. 항상 경계하고 두려워하며 혼자 있을 때는 삼가는 마음을 가슴에 담으며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다섯째. 글을 읽는 것은 옳고 그른 것을 분별하기 위한 것이니, 만약 이를 살피지 아니하고 오롯이 앉아서
글을 읽는다면 쓸모없는 배움에 지나지 않는다.
여섯째. 재물을 이롭게 여기는 마음과 영화로움을 이롭게 여기는 마음을 비록 쓸어 낼 수 없다고 하더라도,
만일 일을 처리할 때 조금이라도 편리하게 처리하려 한다면 이 또한 이로움을 탐하는 마음이 된다.
일곱째. 만약 해야 할 일이라면 정성을 다하여 해야 하고, 만약 해서 안 될 일이라면 일체 끊어 버려서
가슴속에서 옳으니 그르니 다투게 해서는 안 된다.
여덟째. 한 가지의 불의를 행하고, 무고한 사람을 죽여서 천하를 얻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런 일은 해서는 안 된다.
아홉째. 어떤 사람이 나에게 이치에 어긋나는 악행을 저지른다면 나는 스스로 돌아서서
반성을 하면서 그를 감화시켜야 한다.
열째. 밤에 잠을 자거나 몸에 질병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누워서는 안 되고, 공부는 급하게 해서는 안 되며,
늦추어서도 안 되는 것은 죽은 뒤에야 끝이 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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